한국자치학회는 2006년 창립한 현장 중심형 학술단체로서
주민자치 실질화를 통해 지역과 국가발전에 기여하고 있습니다.

 

오는 6.4지방선거에 출마한 단체장에게 바랍니다. 자치단체는 국가와 사회가 만나는 지점이며, 국가와 사회가 시너지를 만들어내는 현장입니다. 국가의 행정력과 지역의 사회력이 고준위에서 기획을 성사시킬 때 지방의 자치는 꽃으로 피어나고, 마을은 공동체로 열매를 맺게 됩니다. 그러나 주민자치에 대한 인식이 일천해 공무원은 주민자치(위원)회를 행정서비스 하청기구 정도로 생각하고, 단제장은 관리대상인 단체 정도로 생각합니다. 그래서 단체장 부호에게 바랍니다.

 

주민자치 없는 지방자치는 사이비자치
국가의 권력을 입법-사법-행정으로 나누는 것을 분립分立이라 하고, 행정력을 중앙과 지방 간에 나누는 것을 분권分權이라 합니다. 모든 단체장은 중앙정부를 향해 단체자치를 위한 분권垂直分權을 매우 강력하게 주장하며, 거듭 요청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중앙정부는 영향력의 위축과 지방의 자치력 부족을 이유로 미루고 있습니다.


지방에는 풍부한 경륜과 밀접한 사회관계로 주민이 공무원보다 더 잘 할 수 있는 일들이 있으며, 주민이 하고 싶어 하는 일들이 있습니다. 그러나 일제와 독재를 거치는 동안에 주민자치의 몫까지도 공무원들이 선점해왔으며, 제도로 예산으로 굳어져있습니다.


중앙정부를 향해서 아주 강력하게 수직적인 분권垂直分權을 주장하면서도 정작 단체장의 재량으로 일제의 제도나 독재의 관행으로 부당하게 선점하고 있는 단체장의 권한을 주민에게 나눠주는(말하자면 공무원보다 주민이 더 잘할 수 있는 일을 주민이 할 수 있도록 하는) 자치단체와 지역사회 간의 수평적인 분권水平分權에 대해서는 모른 척하거나 매우 인색합니다.


주민자치가 빠진 지방자치는 중앙정부의 통치와 조금도 다를 바 없습니다. 주민자치가 있어서 지방자치는 의미를 갖게 되며, 발전도 이루게 됩니다. 주민자치에 크게 눈을 떠 주시기 바랍니다.

 

주민이 자치를 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핵심
주민자치는 ‘마을의 일’을 주민이 자치로 하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일입니다. 말씀 드린 대로 일제나 독재를 거치면서 마을의 일은 행정서비스라는 이름으로 변질돼서 주민자치의 영역을 침범하는 것을 아직도 정당한 직무로 여기고 있습니다.


주민자치위원회라는 이름을 붙여놓고도 주민자치위원장은 읍·면·동장의 합의 없이는 아무것도 할 수 없도록 만들어 놓은 것이 안전행정부의 제도며, 주민자치에 대해서 연구나 교육도 충분하지 않아 주민자치담당 공무원도, 읍·면·동도 주민자치를 잘 모릅니다. 그러면서도 주민자치위원회를 좌지우지, 쥐락펴락하고 있습니다.


게다가 주민자치위원회도, 주민자치협의회도 독점 진행하고, 주민자치행사도 독점해서 진행합니다. 그리고 주민자치교육이나 평가조차도 독점 진행합니다. 어느 것 하나 자치에 맡기지 않고, 주민자치라고 이름을 붙여놓고 주민관치를 하고 있습니다.


주민자치위원의 선정과 주민자치위원회 운영, 주민자치협의회 경영, 그리고 주민자치위원 교육과 평가 등 주민자치활동 전반이 자치라는 형식으로 이뤄질 수 있도록 배려하는 정책을 주민이 동의할 수 있는 수준으로 개발해서 공약을 해주시기 바랍니다.

 

주민자치위원의 자치력 함양이 급선무
주민자치는 주민자치력이 있을 때 비로소 제대로 자치를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지금의 주민자치위원 교육으로는 성공적인 주민자치를 위한 지식이나 정보를 충분히 습득할 수 없습니다. 고작 몇 시간의 교육과 단순한 강의프로그램으로는부족합니다. 주민
자치위원장이 주민자치를 하자고 주민자치위원들에게, 그리고 주민에게 설득할 수 있을 정도로 전문교육이 필요합니다.

주민자치의 선진지인 일본과 독일, 영국 등을 견학해 잘되고 있는 주민자치를 체득해 주민자치를 계획하고, 전달하고, 설득한다면 대학교수가 강의하는 것보다, 공무원들이 앞장서는 것보다 훨씬 더 효율적입니다.


학자나 교수들이 주민을 설득하는 대상이 아니라 스스로 주민자치를 결단하고, 결집할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모든 주민자치위원장이 선진지 견학을 하고, 전문적인 교육을 받아서 주민자치의 선봉에 설 수 있는 지도자가 될 수 있도록 만드는 정책을 유효하게 구상해주시기 바랍니다.

 

주민자치를 위한 최소한의 필요조건
주민자치를 하기 위해서는 일손이 필요하며, 일터가 있어야 합니다. 단순하게 주민자치위원회 월례회의만으로는 아무런 일도 할 수 없습니다. 일부 읍·면·동은 유급간사를 배치해 최소한의 일손을 확보하고, 주민자치위원회·장 거점을 확보해 수시로 의논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습니다. 또 시·군·구협의회를 위해서도 주민자치협의회·장 거점이 요청됩니다.


주민자치위원회가 실질적으로 마을자치를 할 수 있도록 일손(유급간사)과 일터(주민자치위원회·장)사무실을 제공하는 정책을 전략적으로 수립해주시기 바랍니다.

 

 

단체장에게 바랍니다
주민은 행정기관보다 더 다양하고 풍부한 자원을 갖고 있습니다. 그 자원의 효율적이고 바람직한 발현이 없는 지방자치는 중앙의 통치와 다를 바 없습니다. 주민에게 풍부하게 내재돼 있는 이타성은 훌륭한 기획에 의한 사업으로 발현될 수 있습니다. 일하는 주민도 즐겁고, 함께하는 이웃도 기쁘고, 마을이 훈훈해지는 일들을 일구고 가꾸는 일이 단체장의 가장 중요한 역할 중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공무원들이 보고하는 보고서로 주민자치를 파악하고, 공무원의 판단에 따라서 주민자치의 정책을 입안하고 사업을 기획한다면 곧바로 행정이라는 프레임에 갇히게 됩니다. 다만, 공무원의 견해를 파악하고 고려하되 자치의 현장에서 주민의 이야기를 듣고, 나아가서 공무원과 주민이 원하는 바의 낙처落處를 찾아야 합니다. 도움을 받아서라도, 결단을 해서 그 낙처에서 출발하는 것이 바로 국가의 역사를 바꿀 수 있는 자치의 출발점이 됩니다. 결단을 내려주시기 바랍니다.

 

주민자치위원에게도 바랍니다
주민은 마을의 주인이고 어른입니다. 그러나 마을에 살고 있다고 해서 절로 주인이 되는 것이 아닙니다. 주인노릇을 해야 주인이 됩니다. 마을의 주인은 마을에 눈을 떠서 마을이 잘되는 것을 알아야 하고, 잘되게 만드는 일을 기획해야 하며, 주어지는 몫을 다해야 합니다. 마을에 살고 있는 주민이 스스로 주인의 몫을 찾을 때 절로 주민의 자치가 출발하게 됩니다.

 

마을의 어른이 돼야 합니다. 나이가 든다고 해서 어른이 되는 것이 아니라 어른의 노릇을 할 때 비로소 어른이 됩니다. 어른은 마을의 어린이들이 어린이답게 자랄 수 있는 배려를 삶의 형식으로 실천하고, 젊은이들이 이웃과 정을 나누는 삶의 경험할 수 있도록 배려하는 삶의 형식으로 존재할 때 비로소 어른이 됩니다.
주민자치위원 스스로 마을의 주인이 되고, 어른이 되길 각오해주시기 바랍니다.

 

2014년 5월

한국자치학회장 전상직

Posted by 한국자치학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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