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새마을운동과 주민자치 그리고 중국의 농촌진흥과 주민자치를 살펴보고 새로운 인사이트를 찾는 자리가 마련되었습니다.
9월 12일 ‘한중 농촌진흥과 주민자치’를 주제로 1,142차 제112회 주민자치 연구 세미나가 개최되었습니다.
김익기 동아노인복지연구소장이 좌장을 맡은 이날 세미나에서는 길림성 사회과학원 조선한국연구소 왕후이 소장과 왕쉬안 부소장이 각각 발제를 진행했고, 박경하 중앙대 역사학과 명예교수와 최흥석 고려대 교수가 지정토론자로 나섰습니다.
왕후이 조선한국연구소장은 ‘근대 한국 화교의 자치조직과 한국 화교의 생존 경쟁력’이라는 제목의 발표에서 한반도에 정착한 화교의 역사와 발전과정에 대해 소개했습니다.
발제에 따르면 처음에는 중국 상인들이 인천, 부산, 원산, 서울 네 곳에서만 거주할 수 있었고 일부 중국인들은 이 해안 항구를 찾아다니며 상업활동을 전개했다. 이후 한반도 전역으로 범위가 계속 넓어져 상업에 종사하며 거주하는 중국인들이 점차 많아졌다.
1920년에는 조선 전역에 화교가 퍼져 조선의 13개 도 163개 부·군 가운데 5개 군(전라남도 장성군, 경상북도 고령군, 경상남도 함안군, 함경남도 안변군/신흥군)에만 화교가 거주하지 않았을 정도로 화교의 지역 분포가 광범위했다. 화교는 대부분 항구도시인 서울, 신의주, 인천, 평양, 청진, 원산 등 대도시에 집중되어 있었는데 이는 이 도시들이 상업과 산업이 비교적 발달되어 있어 근로 기회와 돈벌이 기회가 더 많았기 때문이다.
화교들이 하는 비즈니스 활동에서 비단가게도 큰 비중을 차지했다. 1923년 조선의 11개 대도시 중 대형 비단가게는 모두 139개였다. 1928년 이후 일제는 비단과 모시 수입에 무거운 세금을 부과하여 화교상들을 견제하려 했지만 화교상들의 무역지위를 무너뜨리지는 못하였다. 결국 일제는 아예 화교들의 비단과 모시 수입을 금지하여 화교무역상들에게 큰 타격을 입혔다. 이후 생산 기술의 발전과 나일론 등 합성 섬유의 출현으로 화교 상인들의 비단가게 사업은 1940년대에 들어서면서 쇠퇴했다.
다음으로 왕후이 소장은 재한화교 자치조직의 설립과 활동에 대해 발표했습니다.
해외에 거주하는 화교들은 본국에 의존할 수 없 때문에 스스로의 결속력과 지혜로 어려움을 헤쳐나갔다. 그래서 해외에 정착한 화교들은 가족, 혈연, 사투리를 연결고리로 뭉쳐 자급자족하는 생활형태를 유지하고 있다. 이는 매우 선명하고 두드러진 특징이다. 이를 바탕으로 근대 화교들은 점차 한국에 자치조직을 만들어갔고 이를 통해 국가가 감당할 수 없는 정치·외교적 역할의 일부를 떠맡게 되었다.
조직화 된 화교 그룹이 화교들에게만 있는 것은 화교들이 한국에서 1위를 차지할 수 있는 비결 중 하나였다. 화교는 항상 중한무역에서 중요한 역할을 했으며 중일무역 경쟁의 주요 참여자이다. 신해혁명 이후 중국이 군벌 혼전에 돌입한 시기에 화교들은 자국 정부에 의존할 수 없다는 전제하에 이러한 민간 길드 조직 형태를 잘 활용하면서 더욱 탄력적으로 발전했다. 자치조직의 협조로 한국 화교의 경쟁력은 배가됐다.
상공회의소의 기능은 화교들의 상업활동을 조정하는 데 그치지 않고 모든 생활사안의 조정, 산업분쟁의 조정, 산업발전 촉진 계획, 회원들의 위탁에 의한 재산정리, 소학교의 운영, 주택과 거주자의 조사, 이사 및 장례사무의 처리, 나아가 본국의 행정부처와 연락하는 영사업무까지 포괄하고 있으며 물론 자선사업도 포함하고 있다.
한반도 화교의 경험은 중국 근대사의 축소판이라 할 수 있다. 그들은 중한 양국의 경제 무역왕래, 민간교류와 감정유대의 형성에 크게 공헌했다. 특히 상공회의소와 방회 조직의 설립은 중국인의 뛰어난 자치조직 능력과 집단생활의 응집력을 구현하고 화교경제의 한반도 발전과 확장의 기초를 마련했다. 근대 한국 화교는 한중 관계의 참여자이자 동북아 실크로드 실천자이다.
지정토론에 나선 최흥석 고려대 교수는
세계적으로 그리고 통시적으로 다양한 형태의 주민자치 주체가 존재했다. 한국, 중국, 일본, 베트남 등의 향약 및 촌계, 현대 일본의 주민자치회 및 정내회, 미국의 타운미팅, 영국의 패리시, 스위스의 게마인데 주민자치 등이 그 사례이다. 이러한 주체들이 수행한 주민자치는 정치, 사회, 경제, 그리고 개인 존엄성의 모든 차원에서 많은 함의를 지니고 있다. 그렇지만 이 주민자치 주체들은 서로 매우 다른 특성을 지니는 것도 사실이다.
재한화교 혹은 더 나아가 세계 화교에 있어 방회가 지니는 자치적 함의도 궁금하다. 방회는 직종별로(혹은 지역별로) 수립되어 지역 주민의 보편적 참여를 위주로 하는 주민자치와는 조직화의 방식이 다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방회가 소속 회원의 자유권, 방회 조직 내부의 거버넌스, 상위 조직에 대한 방회의 자율권 등에 지니는 특성과 함의는 그 자체로 흥미로운 주제이고 더 나아가 유교문화권의 주민자치를 이해함에 있어서도 큰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다.
자세한 내용은 월간 <주민자치>에 게재된 기사 전문을 통해 확인해 보시기 바랍니다.
http://www.citizenautonomy.co.kr/news/articleView.html?idxno=619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