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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격동의 시기, 지식인은 무엇을 말해야 하는가?" 1059차 제94회 주민자치 연구 세미나

작성자 관리자 날짜 2024-03-29 16:37:51 조회수 118

"우리는 왜 조선 망국에 대한 책임을 묻지 않는가?" "격동의 시기, 지식인은 무엇을 말해야 하는가?"
이 뼈아픈 문제적 질문에 관한 논의가 1059차 제94회 주민자치 연구 세미나 신복룡 전 건국대 석좌교수의 특강으로 펼쳐졌습니다.

 

신 교수는 특강을 통해

- 조선 폐망의 중요한 원인으로 '부패'를 꼽으며, 그 원인에 대해 몽테스키외와 성호 이익의 말로 설명을 대신했습니다. 
▲몽테스키외의 고전 <법의 정신>에는 "그 생활이 완전히 예(禮)에 따라서 생활하고 있는 유교 국가가 세계에서 가장 부정(不正)한 국민이라는 점은 참으로 기이하다"라고 쓰여 있고
▲성호 이익은 "우리 나라의 봉록(俸祿)은 너무도 부족해 벼슬아치들은 모두 스스로 먹고 살 수 없으므로 부득이 법을 어기고 가렴하게 된다"라고 전했습니다.

 

- 조선 폐망의 두 번째 원인으로 신복룡 교수는 '문민우위 원칙'을 제시했습니다. 
- 유사 이래 지구상에는 약 1만4,500회의 전쟁이 있었고 36억 명이 죽었다. 한국사에는 90회 가량 침략의 역사가 있었다. 그럼에도 무인을 핍박한 것은 기이한 일이다. 문위우위의 원칙이 낳은 병례는 군사문제를 문관이 다뤘다는 점이다. 서희, 윤관, 김부식, 김종서, 이이, 권율 등 외세침입 격퇴, 국방, 전투에서 이름을 날린 이들 모두 문관이었다. 임진왜란 후 농공행상 기록을 보면 왕의 호성공신(환관) 86명, 무공을 세운 선무공신 18명으로 되어 있는데 이 18명 중에서도 문관 9명, 무관 9명이었다고 짚으며
- "군인을 모욕한 시대에는 늘 재앙이 따른다. 전쟁을 좋아하는 민족도 멸망했고 전쟁을 두려워하는 민족도 멸망했다. 전쟁을 즐겨서도 안되지만 피하지 말아야 할 전쟁도 있다. 피하지 말았어야 할 전쟁을 피하고 피했어야 할 전쟁을 피하지 않은 역사적 과오에도 망국의 원인이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 신 교수는 조선 폐망의 또 다른 원인으로 '바다를 버린 해양민족'을 꼽았습니다. 몽고메리가 "결국 모든 역사에서 바다를 장악한 나라가 전쟁의 우세를 차지했다"는 말을 인용한 신 교수는 조선왕조가 바다를 버린 이유에 대해 ▲왜구에 대한 두려움 ▲탈주나 모반 또는 외세와의 연통에 대한 공포 ▲서학에 대한 두려움 ▲뱃사람에 대한 비하 등을 제시했습니다.

 

- 신 교수는 이어서 '친일파 때문에 조선이 멸망했을까?'라는 민감한 문제에 대해 한일 관계를 바라보는 한국 사학사의 특징인 '비분강개의 역사학'으로 답했습니다.
- 망국의 책임을 묻지 않는 역사학의 특징으로 
▲ 일본의 잔학상을 강조하는데 역점을 두어 자신의 과오에 대한 회오(悔悟)가 보이지 않고 결국 '탓의 역사학'으로의 귀결 
▲ 광복 과정에서 자신의 역량을 과장하는 것. 독립이 우리 힘으로 이뤄진 것이 아님을 인정하기가 그토록 괴로운가?
▲ "우리의 힘으로 독립되었다"고 보기에는 일제강점기 말엽이 되면 지식인의 90%가 친일화되었다고 지적했습니다.

 

- "먼저 태어난 자의 슬픔과 늦게 태어난 자의 행운"을 언급한 신 교수는 "우리가 그때 태어났더라면 모두 독립투사가 되었을까? 애국자가 없던 시절도 없지만 애국자가 넘치던 시절도 없었다"라며 "이완용을 비롯한 을사 5적과 합방 7적의 이름으로 망국을 설명함으로써 망국이라는 거대 담론을 희석시켰다. 독일의 프랑스 지배 4년과 일본의 한국 지배 40년은 성격 자체가 다르다"고 문제를 제기했습니다.

 

- 끝으로 신복룡 교수는 "대한제국의 멸망 원인은 인칭(人稱)의 문제가 아니라 구조적인 것이었다. 500년 왕조의 피로와 권태 그리고 인습의 침윤(浸潤)이 망국의 길로 몰아갔다. 망국은 우리 모두의 잘못이며 특히 왕실을 비롯한 지배계급의 책임이 크다. 망국의 원인을 스스로에게 찾지 않는 것은 우리의 역사를 '탓의 역사학'으로 돌리는 것"이라며 "망국의 시기 지배층은 고뇌하지도 않았고 준비하지도 않았으며 시대를 바라보는 안목도 키우지도 않았다. 내재적 모순 속에서 망국에 마지막 일격을 가한 것은 해양문화의 유산을 버리고 해상방어를 소홀히 한 탓이었다. 망국과 관련해 친일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는 한국인은 그리 많지 않다"고 정리하며 특강을 마무리했습니다.

 

자세한 내용은 월간 <주민자치>에 게재된 기사 전문을 통해 확인해 보시기 바랍니다.

 

* 월간 <주민자치> 기사보기 >> http://www.citizenautonomy.co.kr/news/articleView.html?idxno=593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