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회소개

회장인사말

우리나라에 '주민자치'라는 용어가 행정 용어로 등장한지 20여년이 되었습니다. 김대중 정부 시절, 지방자치 선진국에는 거의 없는 행정계층인 읍·면·동을 행정계층에서 자치계층으로 바꾸되 주민자치에 맡기자는 것이었습니다. 당시로서는 매우 획기적인 기획이었습니다. 그러나 주무부처인 행정자치부는 공무원의 동요라는 말도 안 되는 이유로 포기하고 수정하였습니다. 너무나 안타깝게도 민주주의를 실질적으로 비약시킬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놓치고 말았습니다.

1999년 주민자치위원회를 만들었습니다.

읍·면·동장이 주민자치위원을 위촉하고 시·군·구의원이 당연직 고문을 맡아서, 명칭은 주민자치위원회였지만 실제로는 주민자치가 아니라 주민관치였습니다. 이때 잘못 끼운 첫 단추가 주민자치라는 명칭이 무색하게 주민자치회에 주민도 없고 자치도 없게 만들어 버렸습니다. 그 후 20년이 지났지만 그 단추는 지금도 바로 끼워지지 않았습니다.

주민자치회는 당연히 지역의 주민들이 회원이어야 합니다.

행정체제개편 특별법은 '읍·면·동에 읍·면·동 지역의 주민으로 구성하는 주민자치회를 둔다.'고 분명하게 주민들이 자치회를 구성할 것을 정하여 시행하라고 하였는데도, 행정안전부는 무시하고 있습니다. '자치와 분권'을 과거 어느 때보다 강조하는 지금 정부의 행정안전부가 법률까지도 위반하면서 왜 기를 쓰고 주민자치회에서 '주민'을 빼고 '자치'를 빼는지 도무지 이해가 가지 않습니다.

어길 수 없고 어겨서도 안 되는 원칙의 첫째가 주민자치회는 주민들의 회라는 것입니다. 시·군·구의 회가 아니고 읍·면·동의 회도 아닙니다. 그런데도 행정안전부는 표준조례에서 시·군·구가 주민자치회를 주민들의 의사와 관계없이 지배할 수 있도록 만들고 있습니다.
또 전국적으로 판이하게 다를 수밖에 없는 읍·면·동 지역사회에 동일한 규칙을 강요하고, 주민자치회 위원 선출 방식을 추첨제(추첨제로 과연 주민을 대표하고 자치의 역량이 있는 주민자치회를 만들 수 있는가는 아직도 검증이 되지 않았습니다.) 한 가지 방식으로 하라고 강요합니다. 행정안전부가 과연 '분권'이 무엇인지 알기나 하는지 분권을 할 의지가 있는지, '자치'가 무엇인지 알기나 하는지 주민들이 자치를 하도록 하려는지 매우 의심하게 만드는 것입니다.

주민자치는 주민들이 참여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주도해나갈 수 있어야 합니다. 민주주의 역시 참여는 필수일 뿐 그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습니다. 주민이 주도하는 자치야말로 참다운 민주주의가 아닐 수 없습니다.

우리나라는 지금까지 비약적인 민주주의의 발전을 이루어 왔습니다. 그러나 이제 우리 사회는 '자치와 분권'을 두고 민주주의의 정체냐 새로운 발전이냐 라는 또 다른 국면을 맞이하고 있습니다. 현실적인 관치의 장애를 뚫고 주민들의 실질적인 '자치'가 가능하도록 '주민을 회원으로 하여 구성되는 주민자치회를 만드는 것'에서부터 민주주의의 새로운 지평을 열어가야 할 것입니다.

자치는 사람을 인격자로 만들어주고 마을을 공동체로 만들어 줍니다.

멋있는 자치가 방방곡곡에서 넘칠 수 있도록 제대로 된 분권과 자치 정책을 기대합니다. 아울러 주민자치 실현과 역량 강화를 위해 노력하고 계신 전국의 주민자치위원분들에게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전상직 사단법인 한국자치학회 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