읍면동 민주화 실태와 주민자치의 정치성 회복에 대한 토론의 장이 열렸습니다.
한국지방의회학회 2024 하계학술회의 주민자치 플레너리 세션이 8월 30일 대구가톨릭대 중앙도서관 베리타스홀에서 개최되었습니다.
전영평 대구대 명예교수가 좌장을 맡아, 윤왕희 성균관대 미래정책연구원 연구교수가 ‘읍면동 민주화 실태에 관한 연구 : 주민자치의 정치화를 중심으로’를 제목으로 발제를, 김은경 건국대 교수, 조계원 고려대 교수, 조영호 서강대 교수가 지정토론자로 함께 했습니다.
본격적인 세션에 앞선 기조강연에서 전상직 한국주민자치학회장(중앙대 특임교수)은
- 한국의 읍면동-통리제도는 직접도 간접민주제도 아닌 민주주의 사각지대이다. 주민들이 구역을 마을로, 주민을 이웃으로, 마을 일을 내 일로 승인하는 게 주민자치인데 이는 반드시 민주제로 이뤄져야 한다.
- 한국 주민자치 전통은 일제강점기에 말살됐고 이후 미군정, 정부 수립기, 한국전쟁, 산업화 및 민주화시대를 거치면서 제대로 복원되지 못했다. 1999년 주민자치라는 이름이 부활됐지만 그동안의 변화를 전혀 수용해내지 못했다.
- 주민자치회는 사회영역으로 분리되어야 하고 지금의 읍면동이 아닌 통리 주민자치회로 가야 성공할 수 있다. 주민의 문해력을 높여야 주민자치가 성공한다. 대한민국 속에서 국가 발전에 기여하고 개인도 발전할 수 있는 방향으로 주민자치가 가야 한다.
발제에서 윤왕희 교수는
- 행정안전부 표준조례 취지에 맞춰 주민자치회를 시범실시 중인 지자체들은 해당 조례에 주민자치위원들의 정치적 중립 의무를 규정해 두고 있으며 위원이 직무를 수행하는 과정에서 정치적 중립을 위반한 경우 자동 해촉되도록 하고 있다. 관련 법률과 조례에서 말하는 ‘정치적 중립’은 특정 정당이나 정치인을 지지하거나 반대하는 행위를 해서는 안 된다는 취지로 해석할 수 있을 것
- 문제는 이런 규정들이 주민자치회의 ‘정치적 성격’ 자체를 완전히 부정하는 데에까지 이른다는 점이다. 특정 정당이나 정치인을 지지 혹은 반대하지 않는 것과 정치활동을 완전히 금지하는 것은 전혀 다른 차원의 일인데 현재 주민자치회를 규율하는 각종 법규들은 이 두 가지를 서로 혼동하면서 주민자치를 왜곡하고 있다.
- 주민자치는 본질적으로 정치적일 수밖에 없다. 정치권력 배분 측면에서 보면 주민자치는 중앙정부-지방자치단체-주민이라는 세 주체가 상정된 상태에서 이들 간의 권한 재분배를 의미하기 때문이다. 주민자치가 이뤄지는 근린공동체 내에도 수많은 필요와 요구들이 존재하는데, 복수의 요구들 중 무엇을 우선할 것인가는 정치적 선택일 수밖에 없다.
- 주민자치는 정치적 구성물로 이해해야 한다. 이 같은 관점을 바탕으로 한 ‘지방민주주의 모델’ 하에서 공동체의 정책결정 과정이 엘리트 지배 혹은 시장 지배가 아닌 주민자치를 통해 이뤄질 수 있다.
- 대의제와 주민자치는 상호 보완하여 민주주의라는 궁극적 가치를 실현해내는 방식으로 이해되어야 한다. 특히 자치는 중앙정치와 달리 소규모 정치의 장에서 주민들의 직접 참여를 통해 이루어지는데 의미가 있으므로 지역정치 핵심에 해당한다. ‘국민’은 추상적·이데올로기적 개념인데 반해 ‘주민’은 구체적·실질적 개념이다. 당연히 국민이라는 지위에 비해 주민이라는 지위가 더 본질적일 수밖에 없다. 따라서 법적으로 주민자치를 규율하더라도 본질적 사안까지 침해해서는 안 된다.
- 법은 주민들이 자치할 수 있는 토대만 마련할 뿐 자치는 주민이 그들의 권한과 책임 하에 스스로 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정치적 공론장으로서 기능한 주민자치회는 대의제와 직접민주제를 단단하게 결합시키는 장치가 되어야 한다. 따라서 ‘아래로부터의 민주주의’는 이런 장치를 통해서만 실현될 수 있다.
지정토론에서 김은경 교수는
- 주민자치회에 대한 과도한 정치적 중립 요구는 민주주의 본질에 대한 오해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주민자치회는 본질적으로 정치적 공론장으로서의 기능을 수행해야 한다. 다양한 정치적 견해가 표출되고 조율되는 과정이야말로 건강한 민주주의의 핵심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정치적 중립이라는 명목 아래 주민자치회의 정치적 기능을 제한하는 것은 오히려 풀뿌리 민주주의의 발전을 저해할 수 있다.
조계원 교수는
- 읍면동이라는 행정적 구분을 기준으로 한 주민자치회는 한계를 가질 수밖에 없다. 주민자치회를 활성화하려면 주민자치회가 실제로 할 수 있는 역할이 있어야 하는데, 그러한 일이 별로 없다. 예컨대 정부가 탄소중립을 중요하게 여긴다면 다양한 지역 수준에서 여러 논의의 장을 만들어 지역 상황에 맞는 실천을 유도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런 점에서 탄소중립 문제를 중심으로 주민자치회를 활성화해 보는 방안도 고려해 볼 수 있다.
조영호 교수는
- 한국에서 지방자치제도는 역사적, 구조적으로 어려움이 있지만 과거의 좋은 사례를 찾아 확산시키는 노력이 필요하다. 과거의 부정적 유산을 고려하면서도 이를 전환할 사례를 발굴하고 확산시킬 필요가 있다. 개인적으로 권위주의 시대에도 새로운 마을자치 방식이 존속했을 것으로 생각한다. 가령 반상회는 대통령실과 내무부의 훈령을 받는 방식으로 조직화되기는 했지만 마을 주민들이 만나 마을 문제를 이야기하고 사회적 자본을 형성한 사례이다. 1990년대 중반 폐지되기는 했지만 21세기에도 다시 시도해 볼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자세한 내용은 월간 <주민자치>에 보도된 기사 원문을 통해 확인해 보시기 바랍니다.
http://www.citizenautonomy.co.kr/news/articleView.html?idxno=6188